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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망설이고 있는 당신. 이거 안 보고 모아나!

by 달래MIN 2022. 6. 8.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는 당신. 이거 안 보고 모아나!

헤르만 헤세의 책 데미안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고 알은 새의 세계이며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고 말이죠. 내가 누군지 나조차도 잘 모를 때, 그저 정해진 역할과 일을 반복하고 있을 때 한 번쯤은 꼭 보면 좋은 영화. 모아나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1. 모아나의 영화이야기

태초의 여신 테피티가 만물과 생명을 창조하고 끝없는 잠에 빠져들었을 때 테피티의 심장에 담긴 창조의 힘을 노린 영웅 마우이가 이 심장을 훔치고 그 결과로 흉악한 용암 괴물 테카라는 악마가 생겨나고 세상은 죽음의 저주가 퍼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모투 누이 부족이 살고 있는 섬에도 점점 그 죽음의 저주가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시작하는데요.
모든 것이 완벽했던 모투 누이 섬이 저주에 걸리게 되자, 바다가 선택한 소녀 모아나는 섬을 구하기 위해 머나먼 항해를 떠나게 됩니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오직 신이 선택한 전설의 영웅 마우이의 힘이 필요한 상황. 모아나는 마우이를 우여곡절 끝에 설득해 운명적 모험을 함께 떠나게 되는데 과연 바다에게 선택받은 그녀는 자신의 부족 사람들과 섬을 저주에서 구해 낼 수 있을까요?

2. 모아나=바다

모아나의 뜻은 폴리네시아어로 바다라고 합니다. 이름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애초에 그녀의 정체성은 모투 누이 섬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운명입니다. 이런 운명 속에서 모아나는 바다로 나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 암초를 뚫고 바다에 나갔을 때 그녀는 할머니가 가르쳐준 대사를 기계적으로 외울 뿐 바다를 개척해 나가는 모습은 보기 어렵습니다. 나는 모투 누이의 모 아나라고 주문 외우듯 말하는 그녀. 그녀가 하는 말과 같이 그녀는 모아나가 아니라 모투 누이의 모아나였습니다. 아직은 진짜 바다가 되지 못한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죠.

3. 바다가 모아나를 선택한 이유

마우이의 말에 따르면 바다는 항해자들이 섬과 섬을 다니는 것과 그것을 연결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영화 속 대사를 종합해 보면 바다의 정체성을 알 수 있죠. 영화에서 자신이 누군지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좋아하는 일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바다가 좋아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면 바다의 정체성을 알 수 있겠죠. 바다가 좋아하는 것은 인간들의 항해와 정착.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즉 바다의 정체성은 연결입니다. 정체성을 잃은 바다는 단절된 섬사람들을 바다로 끌고 나와서 사람들을 세계와 연결시키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그걸 해결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겁니다. 그 누군가로 새끼 바다거북이를 지켜준 어린 모아나를 지켜봤었고 바르게 잘 자란 바다라는 뜻 그 자체인 모아나를 선택한 거죠.

4. 바다는 왜 직접 테피티의 심장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바다는 그럴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그러기 싫었던 것이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테피티의 심장을 바다가 그냥 가져다주면 섬은 다시 풍족해지고 풍족해진 섬사람들은 더더욱 바다로 나갈 이유가 없어지겠죠. 그건 세계와 세계의 연결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바다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바다가 어쩔 때는 모아나를 도와주고 어쩔 때는 모아나를 도와주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바다가 모아나를 도와주는 기준은 모아나를 도와줌으로써 모아나가 항해술을 배울 수 있냐 없냐 인 것입니다. 모아나를 항해술을 알고 있는 마우이에게 데려다주고, 항해술을 알고있는 마우이의 배에 계속 태워다 주고, 마우이가 항해술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고 하자 마우이에게 독침을 쏴 모아나에게 항해술을 가르칠 수밖에 없게 합니다. 변덕스러운 바다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사실 바다가 모투 누이 섬사람들에게 모아나가 길잡이가 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5. 각성한 모아나의 정체성

모아나는 끊임없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타인에게 규정된 정체성에서 벗어나고 스스로가 규정한 진짜 모아나가 됩니다.
영화의 중후반부에 이르면 이 영화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챌 수 있는데요. 타인이 규정한 나를 깨부수고 내가 원하는 본래의 나를 깨닫자. 그녀는 더 이상 모투 누이의 모아나가 아니라 바다를 항해하는 모아나가 된 것이죠. 모아나가 스스로 찾아낸 그녀는 어떤 모아나일까요?
테카의 정체성은 본래 생명의 여신인 테피티. 모투 누이 사람들의 정체성은 정착 부족이 아니라 항해하는 사람들입니다. 테카와 모투 누이 사람들은 본래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에 대해 본래의 정체성으로 가는 길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 바로 진짜 모아나입니다. 이런 연결에 대한 것을 암시하듯이 테카에게 심장을 건넬 때 섬과 섬을 연결시키는 바닷길이 만들어집니다. 그 길은 테피티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길이며 모아나가 걸어가는 길입니다. 모투 누이 사람들에겐 말 그대로 길잡이가 되어서 그들 본연의 정체성을 찾게 해주는 항해 길을 인도해 줍니다. 바다와 모아나의 정체성이 닮아 있다고 볼 수 있겠죠.

6. 이 영화를 보고 느낀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 내 삶을 돌아보면 해야 하는 것, 내 앞에 주어진 것만 해온 지난날이 떠오른다. 점수에 맞춰 학교와 학과를 선택했고 전공과 관련된 일을 선택하여 회사 생활을 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내가 지금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지 누군가 물어본다면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 사람들이 걸어오는 길이라고 생각도 해본다. 모아나는 이런 내게 각성을 시켜준 영화다. 하루하루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것도 모자랄 수 있는 시간에 온종일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며 진짜 나를 잃어버린 채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좋아하는 목록을 작성해 보고 하나씩 실행해 보면서 진짜 나를 찾는 훈련을 해봐야겠다. 일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돈은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당장 회사를 그만 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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